170123

어느새 2017년. 뭔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연도이지만 이런 느낌은 아마 매년 계속될 것이다. 특히 2020년이 넘어가면 더욱 그렇겠지… 왜 나는 아직도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가? 왜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아직 없는가?

이번 방학은 여행계획을 일부러 세우지 않았다. 딱히 이유가 있었다기보다는, 정확히 말하면 여행을 굳이 갈 이유가 없었다고 말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그냥 집에서 푹 쉬는 게 더 좋아서. 그리고 올해는 연휴가 틈틈이 있으니 꼭 가고 싶다면 그 때를 노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쉬면서 보내고 있다.

그동안 못읽은 책을 많이 읽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책이 잘 읽히는 시기이기도 하고, 딱히 다른 재미있는 일이 없기도 함.

16/12/27
기리노 나쓰오 – 아웃 1,2
후쿠자와 유키치 – 학문을 권함

후쿠자와 유키치의 책은 (모르고) 기파랑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읽었는데, 출간된 책들이 너무 정직하게 출판사의 성향을 말해주고 있어 웃음이 나올 정도. 다시 고르지 않을 예정이니 됐다.
기리노 나쓰오의 힘은 대단하다. 이렇게 절망과 어두움을 집요하게 그려내는 작가가 좋다. 결말에 대해서는 조금 물음표.

16/1/4
필립 로스 – 죽어가는 짐승
요시다 슈이치 – 파크라이프
올리버 색스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권석천 – 정의를 부탁해
존 버거 – 말하기의 다른 방법

필립 로스는 이번이 처음인데, 쉽게 다음 책(미국의 목가)을 집어들게 될지 잘 모르겠다. 짧은 편이라 금방 읽긴 했음.
아마도 이번 방학 베스트는 (출간된 지는 좀 됐지만) 올리버 색스가 아닐까 한다. 신경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 침대 옆에 놓고 자기 전에 읽었는데 덕분에 늦게 자는 일이 많아졌다. 너무 좋았던 일부는 필사해두기까지 했음.
권석천은 아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장가 중 한 명일 것 같다. 정치적 스탠스가 정확하게 일치한다 보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그의 시선에는 인간에 대한 존중과 믿음이 가득하다. JTBC에서도 좋은 모습을 기대함.

16/1/13
아베 고보 – 타인의 얼굴
페터 회 –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한나 아렌트 – 인간의 조건
조은 – 사당동 더하기 25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 그림자 없는 사나이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의 ‘사당동 더하기 25’. 사당동 달동네의 한 가족을 철거전부터 꾸준히 관찰하여 연구한 책. 한 가족의 생애가 옆에서 겪는 것처럼 생생히 드러남. 이 책에는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객관적 관점이 교차하고 있다. 빈곤은 지원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며, 정책적으로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한 것. 이 책은 그러한 정책의 실패와 우리 인식의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빈곤문화’는 빈곤의 원인이 아니며, 오히려 빈곤의 결과라고 말한다. 교사 독서모임에서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그림자 없는 사나이(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의 서문에 소개되었던 그 책이다. 무척 어렵고 접근하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짧은 그림책이었다. 하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올해 학생들에게 생각해볼 과제로 제시할 예정.

* 추후 업데이트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