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원미구 춘의동 193-1

 

장례식장은 생각보다 훨씬 작았고 낡아보였다. 그다지 넓지 않은 2차선 도로의 한쪽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주변엔 횡단보도도 없었다. 택시를 타고 장례식장의 맞은 편 길에 내린 나는 공사중이던 보도블럭에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히 발을 디디고는 차가 오지 않는 틈을 타 길을 건넜다. 차 30여대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주차장 한 구석에 마련된 정자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몸에 꼭 맞는 긴팔셔츠가 조금 덥게 느껴졌다.

고인이 된 대학 동기의 영정 앞에서 예를 표하는 것은 조금 미뤘다. 식장이 작은데도 불구하고 유가족 대여섯을 제외하고는 조문객이 거의 없었고, 나 때문에 굳이 유가족들을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침 대학 때 친하던 동기 여자아이가 구석에서 울고 있는 걸 보고 그걸 달래줄 심산으로 옆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십분 쯤 뒤 대학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 부부가 도착해 나도 함께 기도를 올리고 유가족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친구 부부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영정 사진은 평소의 밝은 모습 그대로였다. 내가 국화를 한 송이 올릴까 고민하던 새에 인사가 끝났고, 우리는 자리에 앉아 약속한 것처럼 얼마간의 침묵으로 조의를 표했다. 그다지 슬프지는 않았다. 나는 내 앞자리에 놓인 젓가락 포장지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는데, 포장지에 쓰인 글귀 때문이었다. ‘맛있게 드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다시 한 번 천천히 식장 내부를 살펴보았는데, 여느 장례식장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 낡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창문을 통해서는 공사 중이던 옆건물이 보였다. 벽에 걸린 TV는 제조사를 알 수 없는 오래된 제품이었고, 오랜 시간 아무도 켜보지 않은 것처럼 먼지가 붙어있었다. 에어컨만이 식장의 크기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거대했다. 마치 체육관에서나 사용할 것만 같은 크기의 에어컨으로, 아마도 더운 여름에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으리라.

나는 왜 가족들이 이 장례식장을 골랐는지가 궁금했다. 교통이 편한 것도 아니고, 죽은 친구가 살던 집과 가까운 편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너무 외진 곳에 있었고, 최신식 편의시설과 넓은 주차장 등으로 방문객들을 편하게 해주는 곳도 아니었다. 어쩌면 장소 자체는 중요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가 죽게 된다면, 이런 장례식장에서 지인들의 마지막 인사를 받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아마 고인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아는 얼굴들이 하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들 앞서 도착한 우리와 비슷한 절차를 밟았고(조금 망설이다 영정앞에서 예를 표하고 자리에 앉아 눈물을 훔치고 침묵의 시간을 가지는 것),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서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조금씩 나눴다. 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인천에서 교직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쪽 이야기가 나왔다. 무슨 학교가 어떻고 무슨 관리자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들.

이야기가 슬슬 지루해질 무렵 고인이 다니던 교회 사람 스무명 가량이 도착해 추모예배를 드릴 준비를 했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짧게 기약없는 인사를 나누고는(언제 한 번 보자) 각자 집으로 향했다. 나는 조금 걸어 버스정류장까지 나와야 했는데, 가로등이 하나도 없어 몇 차례 넘어질 뻔 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한 여자는 알 수 없는 나라의 말로 긴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고, 여자의 아들인 것처럼 보이는 남자아이는 조금 부정확한 발음으로 ‘왜 버츄가 오지 않냐’며 짜증을 내고 있었다. 근처 아파트 주차장에서는 사람들이 욕설을 던지며 싸우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버스로 10여분, 택시로는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66층 주상복합건물이 두 동이나 서 있는 곳이 너무도 낯설게 느껴졌다.

봉고차보다 조금 더 큰 마을버스에 올라 집에 오는 길에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결혼을 한다는 것,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 병에 걸린다는 것, 아직 다 키우지 못한 아이를 두고 먼저 떠나야한다는 것, 남겨진 사람들의 심정과 휴직 중인 교원의 사망에 필요한 행정적인 절차에 대해 생각했다. 모두 다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어떤 것들은 아마 영영 경험해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내가 모르는 기쁨도, 슬픔도 참 많구나, 하는 조금 뻔한 생각이 새삼스레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