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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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진단 3주째. 증상 나타나고는 4주째. 알랭 레네의 히로시마 내 사랑(1959)을 보고 온 날(8월 20일) 무척 감기몸살 기운이 심하게 느껴졌는데 그게 대상포진 증상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전혀 몰랐음. 일교차 커지고 비도 오고 해서 감기가 온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포진 부위의 근육통이 있었는데 역시 몸살 기운으로 생각.

모기에 물린 것처럼 부어오른 부위가 조금씩 아파왔고, 비슷한 모양의 포진이 주변에 하나씩 생기기 시작. 너무 바빠서 신경을 못썼는데 이 때 병원에 갔어야 했다. 첫 통증 느끼고 6일 만에 병원 방문했고 항바이러스제 먹기 시작. 진통제는 폰탈.

항바이러스제 먹고도 이틀 정도는 증상이 완화되지 않았고, 계속해서 퍼졌다. 아마 듣는데 시간이 좀 걸렸던 모양. 통증은 계속. 이 주에는 하루 3번씩 진통제를 먹었다.

발병 3주차(진단 2주차)에는 새로 신경병증 진통제(가바펜틴/뉴론틴)를 추가. 졸음 등의 부작용 있을 수 있다고 해서 일부러 하루에 하나씩만 먹음. 힘든 날은 2개. 부작용에 공격성 자살충동 이런 거 있다고 해서 괜히 더 신경쓰였던 것 같음-_-

그리고 지난 4주차(진단 3주차)에는 하루에 약 1회씩(가바펜틴+폰탈+위장보호제)만 먹고 지냈다. 엄청난 통증은 아닌데 그래도 계속 조금 신경 쓰이는 통증이 있다. 시험삼아 28시간 정도 약 안먹어봤는데 역시 아파서 약을 찾게 됨.

대상포진은 몸이 허약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난다는데 왜 내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그렇게까지 무리를 했나? 증상이 오기 이틀 전에도 러닝했고 전 날에도 운동을 했는데…

친절하지만 매우 피곤해보였던 의사선생님이 푹 쉬라고 했으니까 푹 쉬고 싶은데 그게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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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학년부 멤버들이 많이 바뀌었는데 결국 지지난 주에는 한바탕 했다. 자세히 쓰면 내가 또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으니 생략하기로 함.

남들이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하는 부분을 넘기지 못하겠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태도도 싫고 일도 못하면서 학생들 미래 담보로 갑질행세하는 사람들에게도 지쳤다. 이 학교 5년차인데 결국 떠날 때가 된 것. 하지만 다른 학교에서는 과연 더 좋은 상황일까. 절대로 아닐 것이라 생각.

그냥 내가 마음을 비우는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만난 마음 맞는 교사들과 교류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그나마 다행인 건 나를 믿고 따라와주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 내 방식이나 경험을 믿고 온전히 나에게 의지한다는 게 느껴지는 아이들이 있다. 특히 올해는 다른 반 아이들도 나에게 조언을 많이 구한다. 부담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럴 수록 나도 더 열심히 도와줄 수 밖에 없다.

급여 등의 보상과는 별도로, 누군가 내 경험과 지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데에서 느껴지는 보람이 있다. 그리고 그게 힘들어도 이 직업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인지도. (다들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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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는 수행평가를 모두 끝내고 그 다음 주 시험기간에는 병가를 낼 생각. 10년 교직 인생에서 병가는 처음-_-. 진작에 쉬었어야 했지만 수시상담기간에 수업교환까지하면서 쉴 수는 없었다. 학교랑 인간들이 싫은 거지 애들이 싫은 건 아니니까.

연휴기간에는 못읽었던 책을 잔뜩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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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타케야마 미유키가 부릅니다. 카모메와카모메.

Author: kikupekr

just an ajeossi next d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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