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mark_border우리의 결핍과 상실

우리는 결핍을 가지고 태어나거나 성장 과정에서 결핍을 겪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자라며 크고 작은 상실을 겪는다. 인형을 잃어버리고, 친구와 이사하며 헤어진다. 어떤 시기에 부모로부터 받아야 할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실패에 격려받고 성공에 칭찬받는 경험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 사고를 겪기도 하고 가지고 있던 것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다음 순간에 사라진다.

우리는 어떤 시기를 영영 잃어버린다. 그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사람을 두고 ‘우리 마음 속에 살아있다’고 하는 표현이 어떤 의미를 가진다면, 어떤 순간들은 우리 마음속에 같은 방식으로 존재하겠지만, 우리는 과거의 그 순간을 다시 살live 수는 없다. 가끔 불어오는 어떤 계절의 온도를 지닌 바람과 어디서 본 것 같은 풍경, 익숙했던 음율이나, 폭풍과도 같이 우리를 과거의 한 순간으로 데려가곤하는,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에게만 의미를 갖는 어떤 향기는 우리가 그 순간을 다시 살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그런 결핍과 상실과 착각은 우리를 정의define한다. 그 결핍과 상실과 착각은 우리의 일부이고, 이를 떼어놓고 우리 자신을 말할 수 없다. 마치 도넛에서 구멍을 빼고 나머지만을 도넛이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도넛에서 구멍을 먹지는 않지만, 구멍이 없다면 그것은 더 이상 도넛이 아닌 것처럼.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래서 그의 결핍과 상실과 착각까지 사랑한다는 의미이다. 혹은 그래야한다. 나는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the affair 시즌 4를 끝내며 쓰는 글인데 실은 최근에 본 the leftover 전 시즌과 succession의 두 시즌, yellowstone의 두 시즌에 대한 감상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