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mark_border삶으로서의 은유

어렸을 때는 공을 치고 차고 던지고 놀았다. 다른 놀이가 별로 없었다. 친한 친구들과 같은 팀이 되어 공을 쫓아다니는 게 좋았고, 또 모르는 아이들과 같이 뛰며 친구가 되기도 했다. ‘우리 편’이라는 표현을 썼고 우리가 정한 대로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우리 편은 절대적으로 우리 편이었다. 그리고 ‘쟤네들’은 규칙이 허락하는 한에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하는 철천지 원수가 되었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땀범벅이 되어 쿨피스 같은 걸 나눠마시고 우리끼리 플레이에 대한 감상을 말하거나 패배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아까 넘어져서 까진 곳에 침을 바르곤 했다.

슬램덩크와 마이클 조던 덕분에 중학교 때 농구붐이 불었고 나는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 때도 농구를 했다. 그냥 동아리였지만 다른 것보다 훨씬 더 열심히 했다. 새하얀 나이키 에어포스 미드를 신고 아침에 일찍 학교에 가서 혼자 빈 코트에서 공을 던지곤 했다. 스우시 마크. nike. 승리의 여신. 실력이 조금 늘긴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야투는 정확한 편이었지만 드리블이 약했고 공격 루트가 단조로웠다. 훈련소에 입소하고 나서는 농구하는 꿈을 많이 꾸었다. 제대하고도 에어포스 하이와 에어조던13을 신고 교내 농구대회에 나갔다. 주말에도 동네에서 농구를 했다. 내가 던진 야투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림을 건드리지 않고 단지 그물 만을 지나는 소리가 좋았다. 그물이 없는 농구골대에서는 그 소리를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코트 위의 모두가 그 소리를 들었다.

스포츠 그 자체 – 그리고 스포츠의 팀플레이와 경쟁, 그리고 승부라는 은유는 이후에도 꽤 오래 내 삶을 규정했다. 내게 다른 성공 경험이 별로 없어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팀’이라고 부를 만한 친구들은 하나 둘씩 다른 학교나 다른 지역으로 떠났고, 다른 삶의 길을 택했다. 나는 언제나 혼자 공을 골대에 던지며 5:5 올코트 경기를 기다리는 심정이었다. 경기에 나서고 싶은데 인원수를 채울 수 없었다. 가까스로 채워지는 사람들은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없었다. 포지션이 겹쳤고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으며 경기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종종 – 어쩌면 꽤 자주 – 화를 냈다. 지는 건 참을 수 있었지만 열심히 뛰지 않는 건 참을 수 없었다. 그건 경기에 대한 모욕이자 내 삶의 방식에 대한 모욕처럼 느껴졌다. 승리의 여신은 나에게만 미소를 짓지는 않았다.

달리기를 시작한 건 작년 봄이었는데, 달리기를 하면서는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을 탓할 수 없었다. 왜 거기서 그렇게 패스를 해? 왜 리바운드를 안들어와? 왜 백코트를 안해? 나 혼자 하는 달리기에는 다른 스포츠와 같은 승부가 없었다. 상대편도 없었고 팀플레이어도 없었다. 그냥 트랙과 기록, 그리고 나 뿐이었다. 기록이 나오지 않으면 그건 전적으로 내 탓이었고 내 책임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조금 더 편안해진 것 같기도 했다. 

일 – 그리고 너무 거창한 것 같아서 조금 부끄럽지만 인생 – 이라고 하는 게 농구와 같은 팀플레이인지 달리기와 같은 혼자 하는 운동인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 둘 다일 수도 있고 둘 다 아닐지도 모른다. 어떤 순간에는 패스를 주고 받는 팀플레이고 어떤 순간에는 외로운 장거리 달리기일지도 모른다. 내가 힘들 때는 누군가에게 바톤을 건네고 조금은 쉴 수 있는 – 아니면 누군가를 쉬게 하고 내가 바톤을 받아 달리는 그런 달리기일지도 모른다. 함께 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더 이상 올코트를 예전과 같은 속도로 질주하는 속공플레이는 어려울 것 같다. 5km를 23분 대에 뛰는 것도, 10km를 48분에 달리는 것도 점점 벅찬 일이 될 것이다(실은 지금도 벅차다). 그런데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멋진 속공플레이를 이끄는 리바운드나 패스를 내가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고, 30분이 넘게 5km를 달리며 다른 종류의 개운함을 느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내가 코트 위에 있고 어쨌든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승리의 여신이 내게 미소짓지 않는다해도.

같이 뛰시겠습니까.

조지 레이코프 – 삶으로서의 은유metaphors we live by

필 나이트 – 슈독shoe dog

netflix – the last d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