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mark_border2018년의 독서

책을 구입하는 소비행위는 다른 물건을 구입하는 것보다 죄책감이 덜하다. 오히려 죄책감보다는 보람이나 뿌듯함 마저 느껴진다. 문제는 그렇게 사둔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 ‘언제나 할 수 있으면 하지 않는다’는 게 나만의 못된 버릇은 아닌 모양인지, 이런 사람들을 積ん読tsundoku 라고 한다는데, 그야말로 내가 그랬다.

현자賢者인 내 동생이 언젠가 ‘지금 서울 집 한 평값이 얼만데 집에 책을 쌓아두느냐’고 말한 적이 있고, 그 부분에 깊이 공감했다. 동생은 그래서 꽤 오래전부터 책과 CD 등을 모두 팔고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시작해왔음. 역시 현자인 것이다…

그건 그렇고 나도 이사를 수 차례 다니며 가장 짐이 되는 게 책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같은 책을 언제까지나 다시 읽을만한 시간이 나질 않는다는 점도 그랬다. 내가 좋아하지도 다시 읽을 생각도 없는 책은 정리하는 게 내 쪽에도, 책에도 더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읽기 시작했고, 이게 꽤 쏠쏠한 재미가 있다.

편집하기 귀찮아서 작년 도서관 대출내역을 복사해 붙여넣는다. 저자명이 나와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제목만 출력됨. 좋았던 작품 몇 개를 꼽자면(순서 무관)

소설 부문: 하우스프라우(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누운 배(이혁진),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리처드 플래너건)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은 너무 좋아서 읽자마자 원서를 구입했다. 물론 구입만…

-이혁진의 누운 배에는 따로 출력해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뿌리고 싶을 정도로 좋은 문장들이 많이 있었다. 일은 이렇게 하는 거야, 라고 말하고 싶었음. 그런데 그 일은 결국 무엇이 되는 것일까? 우리는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할까.

-누운 배를 시작으로 한겨례문학상 수상작을 한 편씩 찾아 읽는 중. 역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누운 배였다. 거짓말은 매우 흥미로운 작품. 마치 우리나라 작가가 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은형의 다른 소설도 기대. 

 

비소설 부분(그러니까 나머지): 이슈를 통해 본 미국정치(서울대 출판부), 과학의 변경지대(마이클 셔머),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로버트 H. 프랭크), 우리 아이들(로버트 퍼트넘), 색맹의 섬(올리버 색스), 바른 마음(조너선 하이트)

-올해 처음으로 자연계 학급 담임을 맡았는데, 그래서 조금 긴장하고 과학 분야를 찾아 읽었다. 그러면 말이 좀 통할 줄 알았는데 다른 의미로 통하지 않았다. 애들은 마이클 셔머나 스티븐 제이 굴드 같은 사람 몰라… 어쨌든 자연과학 지문이 나올 때는 꽤 유용한 배경지식으로 쓰여 수업에는 도움이 되었다.

-퍼트넘의 우리 아이들은 너무 좋아서 50페이지 정도 읽고 책을 구입. 하지만 솔직히 말해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색맹의 섬은 너무나도 멋지고 아름답지만 슬픈 이야기. 색스 박사님이 살아계셨더라면 나는 아마 무작정 찾아가서 제자로 삼아달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 라는 조금은 도발적인 제목을 가진 이 책의 원제는 Success and Luck: Good Fortune and the Myth of Meritocracy. 실력과 노력, 그리고 평가assessment, valuation는 내가 요새 관심을 가지고 있는 키워드들. 이 책 얘기를 하다 석주에게 장강명의 르포 ‘당선, 합격, 계급’을 추천받았고 역시 매우 마음에 들었다.

 

 

 

거짓말:한은형 장편소설
다른 사람:강화길 장편소설
자유로부터의 도피
스페이스 크로니클:우주 탐험, 그 여정과 미래
하우스프라우 :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장편소설
거리로 나온 넷우익
대리사회: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
아웃 라이어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이 칼이 될 때 = Whe words hurt :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왜 모든 사람은 (나만 빼고)위선자인가 거짓말 심리학
누운 배:이혁진 장편소설
본성이 답이다 : 진화 심리학자의 한국 사회 보고서
(이슈를 통해 본)미국정치 = Political issues for debate in American society
시인장의 살인
당선, 합격, 계급:장강명 르포:문학상과 공채는 어떻게 좌절의 시스템이 되었나
미국 교육 정치학
우리 아이들 : 빈부격차는 어떻게 미래 세대를 파괴하는가
미국 종교 시장에서의 승자와 패자 : 1776-2005
굴드의 물고기 책:열두 마리 물고기에 얽힌 소설
색맹의 섬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
직업의 광채
길 위의 독서 : 바람구두 인생 서평
어떻게 일할 것인가
바른 마음: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타고난 반항아
위험한 비너스: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소설
파랑이 진다
밤이 선생이다:황현산 산문집
더 나은 세상 : 우리 미래를 가치 있게 만드는 83가지 질문
과학의 변경지대
아픔이 길이 되려면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미국의 반지성주의
지식의 착각 (왜 우리는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가)
다크 머니 (자본은 어떻게 정치를 장악하는가)
부족의 시대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개인주의의 쇠퇴)
알고리즘 라이프 (일상 속 스마트한 선택을 위한)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 콜슨 화이트헤드 장편소설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리처드 플래너건 장편소설)

 

그리고 2019년의 첫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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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마지막 도서대출 + 바쇼 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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