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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ys you won't remember




01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
어지간히 우울한 한주였음.




02
수요일은 공개수업이 있던 날이었다.

내가 들어가는 반 중에서, 가장 말 잘듣고 예쁜 애들이 모인 반을 골랐는데
학생들은 잘 해주었다. 큰 실수를 한 것은 없었는데
준비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지나치게 무난했달까..

원래 영어과 수업은, 특히 공개/참관/연구 수업등은 영어로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난 그냥 우리말로 수업했다 -_-

교장, 교감선생님, 부장선생님들, 기타 영어선생님들을 잔뜩 뒤에 모시고
수업을 시작하려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고..
(사실 공개수업 처음;;)

미리 준비한 라인이 있었음에도 어설프게 하느니 그냥 늘 하던대로 가자,
하고 생각하고는 준비한 내용을 우리말로 진행했다.

수업이 끝나고는 많이 반성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준비가 많이 필요하구나,
내가 아직 준비가 덜 되었구나, 하고.

교장선생님과 교과부장선생님이 수고했다고 말씀해주셨지만
좀 더 노력하라는 의미다.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부끄럽다.
아 창피해 -_-




03
내가 들어가는 반 중, 유독 무기력한 반이 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른 세 반에서 통하는 농담도 그 반에서는
아무도 웃어주지를 않고, 질문을 해도 대답이 적다.
아무래도 뭔가를 하려는 의욕이 전체적으로 부족한 반..

목요일이었다. 수요일일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도 반성할 필요가 있었던 일이기에 남겨둔다.

3교시 영어수업. 여느 때처럼 집중 못하고 딴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시험전 막판 스퍼트 진도빼기-_-를 하고 있었는데
반장녀석이 교과서를 보고 있는 척하면서 양손을 무릎 밑으로 내리고 있다.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는 것.

학교 규정상, 수업중 핸드폰 사용하다 적발시에는, 한달간 압수케 되어있다.
난 핸드폰을 압수해 한달간이나 뺏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넌지시 눈치를 준 것이
뒷자리에 앉아있던 녀석을 제일 앞줄 빈자리로 끌어낸 것.

넌 뒷자리에서 공부도 안하고, 이리 와서 수업들어,
하고는 계속 수업을 진행하는데,

필통이 오간다.

반장은 자신의 필통을 뒷자리 아이들을 통해 처음 앉았던 자신의 짝에게 전하고
그 짝은 반장의 원래자리에 있던 핸드폰을 필통을 담아 다시 반장에게 전한다.

교탁 바로 밑 사각지대에서 반장녀석은 다시 문자를 보내다 나에게 적발.

나는 반장을 교실 뒤로 끌어내 엎드리게 하고는
들고 다니던 몽둥이로 엉덩이를 있는 힘껏 때렸다.
열 대.

한 대 한 대가 아팠는지,
아니면 그렇게 맞아본 적이 없어서였는지
한 대씩 맞고는 쓰러져나갔다.

그리고 열 대를 다 맞고나서는 울음을 터뜨렸다.

난 핸드폰을 전해준 짝도 다섯 대를 때렸다.

반장은 억울하다는 반응.
왜 제 친구가 맞아야하는데요,

얘도 잘못했잖니. 너한테 핸드폰을 건네줬잖아.

아뇨, 얘는 잘못없어요. 제가 달라고 한거잖아요.

나는 다시 교실 앞으로 와서 학급전체에 잔소리.
그동안 내가 지적하지 않았다고 해서 너희들의 수업태도가 옳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뭐 어쩌고저쩌고.

반장은 억울하단다.

핸드폰만 뺏어가시면 되지 제가 왜 열대나 맞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너에게 기회를 준 것 같은데. 내가 왜 널 앞자리로 불렀다고 생각하니?

그래도 열 대나 맞을 정도로 잘못한 것 같진 않은데요,

그러더니 울먹이며 내 수업을 못 듣겠다고 말했다.

왜 못듣겠는데?

몰라요, 그냥 싫어요. 못듣겠어요.

그러니? 그럼 나가.

30초 쯤 뒤에 쨍그랑, 소리가 들렸다.

교실이 화장실과 가까웠기에 얼른 뛰어나갔더니
이 녀석이 주먹으로 화장실 세면대 거울을 깼다.

다행히 학생부 선생님이 근처에 계셔
아이를 데리고 학생부로 올라가셨다.


교실로 돌아온 나는 10분간 멍하니 교탁앞에 서있었다.
무얼 해야할지도 모른채.

바로 쫓아 올라가서 본보기를 보여줄까,
아니면 내가 심했나,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정도로 형편없는 선생이었나,
확 그만둬 버릴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났다.




04
결국 일은 잘 해결되었다.

반장은 두시간이 지나고 나에게 사과를 하러왔다.
거울을 깨느라 찢어진 오른손에는 임시로 거즈를 붙이고.
난 조용히 잘 타일렀다.

사과를 하던 이 학생이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과를 하며 나에게 눈물도 보여주었는데
그 눈물이 진정 반성과 후회에서 나온 눈물이었는지
crocodile tears였는지 이제 난 잘 모르겠다.

금요일에는 학생 어머님이 오셨단다.
학생부에 와서 죄송하다며 연신 머리를 숙이셨다는데,
난 뵙질 못했다.




05
목요일 저녁은 너무나 피곤했다. 집으로 오는 길이 얼마나 멀던지.
만원 지하철에서 그냥 그대로 주저 앉고 싶었다.
주저 앉아서 그냥 잠이 들고 싶었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06
교장, 교감선생님들이 주로 가장 처음에 해주시는 말씀은
학생들을 장악하라는 것이다.
처음에 무섭고, 엄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난 작년의 짧은 경험을 토대로 내가 뭔가를 깨달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겨우 두달을 가지고, '나의 진심을 보여주면 학생들도 마음을 열 것이다'
.. 라는 것이 나의 교육철학이다. 라고 생각해버렸던 건 아닌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을 학생이 있을 수 있다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해,
내가 무섭고 엄한 사람이 되면 나는 편해진다.
하지만 학생들과의 교감은 적어질 것이고

내가 학생들이 마음열기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되면
한동안은 괴로울 것이다. 아마 영영 마음을 열지 않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나를 갉아 먹는다.

아직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 선이 나를 몹시도 괴롭힌다.




07
이번 주는 또 6일 출근이네

아 우울해 OTL




the wrens
boys you won't re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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