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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22 : 초롱이 + cosina 35



01
엄마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화를 하셨다.
초롱이가 세상을 떠났다고.

초롱이는 엄마와 가장 각별했기에
엄마가 받으시는 충격도 그만큼 컸던 것 같다.

엄마의 전화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실려있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시편을 한 편 읽고 기도를 했다.

12년간 작지만 귀한 영혼을
우리 가정에 보내주시고
그 영혼을 통해 사랑을 깨닫게 해주심에 감사드린다고.
그리고 그 영혼을 위해 기도했다.

조금 눈물이 났지만
엄마만큼 슬프지는 않았다.

이상한 일이다. 초롱이에 대한 나의 짝사랑은
우리 가족내에서는 꽤 널리 알려진 일이어서,
종종 있는 가족식사모임에서는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었으니까.

생각해보면 나는
지난번 동물병원에서,
내 두 손으로 바르르 떠는 초롱이를 안았을 때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집에 갔을 때 반겨주는 강아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쓸쓸해하시는 엄마의 모습을 보게 될 것 같아
그게 조금 슬프다.





02
마이너스 만큼의 좋은 소식을 주시려는지
오전에 친구 O군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난 CPA 2차 최종시험에 합격하고 회사에서 연수중이라고.

예전에 같이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밥먹고, pc방 다니고;;
했던 친구라 합격소식이 더욱 기뻤다.


저녁엔 또 진주에 내려가 있는 L군의 결혼소식.

L군은 나와는 처지가 비슷하다.
고시(엄밀히 이야기하면 L군이나 나나 고시는 아니지만)를 통해
지방발령을 받았지만 몇년 후 귀경;을 꿈꾸고 있는.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것은 꼭 1년 전이었는데,
재미있게도 그 때 만났던 이유는
우리의 또 다른 친구 S군의 CPA 시험 합격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그 때 당시 O군은 2차에서 아쉽게 떨어져 우울해하고 있어 참석하진 못했지만)

L군과 나는 이런 작지만 다행스러운 우연에 놀라기도 하며
서로 길게 안부를 물었는데
전화기 너머로 L군의 진심이 전해져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03
가을이 오려는지 오지 않으려는지
지금 내리는 비가 그치면 공기의 온도가 달라지려는지.


어제 오후 일동으로 올라오려고 짐을 챙기다가
언제 마지막으로 썼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필름 카메라를 두 개 꺼내 들었다.

한 개는 cosina, 한 개는 canon.
캐논은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
관리를 하지 않아 셔터가 지나치게 헐거워져 있었다.

그에 반해 코시나 제품은 먼지를 털어내보니
그럭저럭 사진이 찍힐 모양이었다.

역시 적어도 10년은 쓰지 않은 새 필름의 포장을 제거하고
카메라에 조심스럽게 넣어 가지고 나왔다.

무슨 사진이 어떻게 찍혀나올지
무척 궁금하다.


*
캐논 제품에는 필름이 들어있었다. 잘 생각해보니
대학 때 한번 이 카메라를 들고 나갔던 기억이 났다.

그 때의 필름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무슨 사진을 찍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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