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We are what we pretend to be, so we must be careful what we pretend to be."
- Kurt Vonnetgut Jr.
02
대학시절, 우리과 교수님들의 소개가 담긴 짧은 안내자료를 본 적이 있다.
내 눈을 끈 것은 kurt vonnegut에 관한 논문을 쓰셨던 한 교수님.
내 지도교수님도 아니었고, 아마 내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셨을 그 노 교수님에게
나는 무어라 표현하지 못할 동질감을 느꼈었다.
남에게는 알려주지 않은, 혼자서만 좋아하는 밴드를 공유했을 때의 기분이랄까.
그리고 한번쯤, 교수님과 커피를 마시며, 담배연기 가득한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책을 두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03
수업이 일곱시간이나 있었던 금요일 아침, 후배에게 연락을 받았다.
작년에 은퇴하신 그 교수님의 별세 소식.
수업을 모두 마치고, 먼저 신도림역에 도착해 동기들을 기다리며
함석으로 된 역사 천장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믿기지 않을 만큼 큰 소리가 났다. 열차가 들어오는 소리마저 묻힐만큼.
무겁게 내리는 비와 금요일 저녁의 피로. 붐비는 전철.
신도림역을 오가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지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도 그랬을 것이다.
04
건대병원에 도착할 때 쯤엔 비가 거의 그쳐 있었다.
건대입구역에서는 조문을 마치고 나오던 미들턴 교수님을 만났다.
빈소에 들어가 친구들이 영정에 절을 하는 동안 나는 짧게 기도했다.
좋은 곳에 가서 쉬실 수 있도록 해달라고.
교수님의 자제분들에게 인사를 하고 우리는 음식을 먹으며 웃고 떠들었다.
사실, 나는 그다지 슬프지 않았다.
그리고 교수님도 분명, 우리가 슬퍼하길 바라진 않으셨으리라 생각한다.
교수님에게 드리는 마지막 인사에 어울리는 건,
술과, 담배. 그리고 여자. 웃음과 한탄.
그들을 벗삼아 문학과 예술, 그리고 인생을 논하는 제자들.
05
흥미로운 사실은
교수님이 좋아하시던 그 작가 커트 보네것kurt vonnegut 역시 지난 4월 세상을 떠났다는 것.
(나도 이 글을 쓰면서 검색해보기 전에는 몰랐다)
송인갑 교수님과, 그 곳에서 함께 하실 교수님의 벗을 위해.
bob dylan
knocking on heaven's d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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