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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레볼루셔너리로드Revolutionary road
(포스터에는 '사랑과 현실 사이의 길'이라는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주의 : 스포일러 다량포함
02

미국 동부 한 교외의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교양있는 중산층 커플.
프랭크와 에이프릴 윌러부부the Wheelers.
그들은 지루하고 의미없는 삶을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하고자 파리행을 결심합니다.
(사실 이 파리행 결정이 이 영화에 나타나는 모든 일의 표면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파리행을 결정하지 않았더라도 영화에서 이들 부부에게 일어나게 되는 일들은
아마 어떤 식으로든, 어떤 형태로든 일어났으리라 보여집니다.
보다 주된 원인은 더 깊은 곳에 있었으니까요)
주위의 반응은 신통치 않은데요
가장 친하게 지내는 커플인 캠벨Campbell 부부에게 이 소식을 전하는 자리에 그 반응이 잘 나타납니다.
"We're going to Europe,"
"to Paris,"
(이 때까지만 해도 카메라는 캠벨부부의 good surprise를 담고 있습니다)
"to live."
(하지만 이 대사가 떨어지자 이 부부의 표정은 what? 으로 바뀌죠. 아니 뭐라고?
What? When? What for?)
이후 캠벨부부가 다시 '어떤 결정이든 지지해주는 속깊은 이웃'의 가면을 쓰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이들의 결정을 축복해주며 행운을 빌어주죠.
감독은 그날 밤 이 두 부부간의 1차적인 속내를 그려냅니다.

윌러부부는 앞으로 자신들의 앞에 펼쳐질 미래에 대해 축배하며
캠벨부부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결정을 내린 당사자가 자신의 배우자가 아님에 서로 안도하는데요

그 과정에 캠벨 부인은 울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정말 너무 안심되어서 흘리는 눈물일까요,
아니면 자신이 감히 가보지 못한 길을 가려는 용기있는 이웃에 대한 질투일까요.
03

여기 또 다른 이웃이 있습니다.
바로 윌러부부에게 집을 소개해주었던 중개인 헬렌과 그의 남편 하워드, 기빙스 Givings 부부입니다.
이 기빙스 부부에게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아들, 존John 이 있는데요
헬렌은 윌러부부처럼 교양있는 사람과 자신의 아들이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 아들을 소개합니다.
그냥 봐도 이상해 보입니다. 이 존이라는 사람. 첫 만남에 무례한 질문을 거침없이 쏟아냅니다.
게다가 자신의 일이 별로 재미없는 일이라는 프랭크에게 그럼 왜 그 일을 하냐고 묻네요.
"I help sell them, I guess I work in the office.
Actually, it's, it's a sort of a stupid job really
There's nothing interesting about it at all."
"Whaddya do it for then?"
그럼 왜 하시나요?
대답까지 해버립니다.
"And besides, I know the answer.
You want to play house, you got to have a job.
You want to play very nice house, very sweet house, then you got to have a job you don't like."
(여기서 play house 는 소꿉놀이를 하다, 혹은 부부 놀이를 하다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꿉놀이를 하려면, 직업이 필요하고, 이런 멋진 집에서 소꿉놀이를 하려면 싫어하는 일도 해야하죠")
이런 지적을 "교양있는" 윌러부부는 웃어넘깁니다.

이후 존과 함께 산책을 나가는 윌러부부.
"So, what do a couple of people like you have to run away from?"
당신 같은 커플들이 무엇으로부터 벗어나려 하는 건가요?
"We're not running."
벗어나려 하는 게 아니에요
"So what's in Paris?"
파리엔 뭐가 있죠?
"A different way of life."
삶의 다른 방식이요
"Maybe we are running...
We are running from the hopeless emptiness of the whole life here, right?"
어쩌면 우리는 벗어나려 하는 건지도 몰라요
이 곳 삶의 절망적인 공허함으로부터... 그렇죠?
"... The hopeless emptiness...
Now, you've said it. Plenty of people are on to the emptiness, but...
it takes real guts to see the hopelessness."
공허함. 절망감. hopeless emptiness를 표현할 다른 단어가 떠오르질 않네요
04
그날 밤 윌러부부는 존과의 만남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You know, he's the first person who seemed to know what we were talking about."
"Well... That's true, isn't it? Maybe we are just as crazy as he is."
"If being crazy means living life as it matters then I don't care if we are completely insane"
(책이라면 이 부분에 몇 번이고 색연필로 줄을 그었을 겁니다)
05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갑니다.
영화는 어쩌면 비극도 희극도 아닌 현실일지도 모릅니다. 현실보다 더 그럴듯한 현실.

"You just... wanted out, huh?"
그런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냐는 셰프 캠벨의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I wanted in."
(이걸 도대체 뭐라고 번역하면 좋을까요)
06
이 영화의 많지 않은 등장인물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미치광이 존을 제외하고는요.
윌러부부가 마치 이상적인 부부인양 칭찬을 아끼지 않는 기빙스 부인.
기빙스 부인의 불평에 보청기를 꺼버리는 기빙스 씨
아내를 사랑한다는 가면을 쓰고 있는 캠벨 씨와
윌러부부를 부러워하지 않는 척하는 캠벨 부인

사실 영화에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단연 미치광이 존입니다.
불편하지만 뚜렷한 진실이지요.
(어쩌면 그도 많은 천재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런 현실이 싫어 미친 척하는 건 아닐런지,
그도 역시 미치광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우리 현실은 어떤가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되고 있지는 않나요?
08

뷰티풀 마인드, 로드 투 퍼디션 등에 이어 이 작품의 감독을 맡은
영국출신의 감독 샘 멘데스Sam Mendes는 여주인공 케이트 윈슬렛의 남편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아내의 러브신을 촬영할 때는 직접 모니터하지 않고
세트장 옆에서 따로 화면을 통해 모니터했다고 하네요.
올해 본 가장 인상적인 영화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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