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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10 : 담임일기



01
오랫만에 담임일기.





02
최다 무단결석반의 기록은 2학기 들어서도 계속 되고 있다.

1학기초 담임으로서 내걸었던 목표는
다른 건 꼴찌해도 좋으니 씩씩하고 건강하게 학교 잘나오기
그리고 작은 소망이 있다면 체육대회 1등하기
였는데

일단 결석은 1등-_-
자퇴학생수도 1등-_-
그런데 이상하게 성적도 1학년 전문계 네반중에선 1등;
(인문계와는 비교하는 의미가 없다. 교과과정이 틀리니..)


고작 몇 달이 지났을 뿐이지만
1학기를 되돌아보면서
'내가 너무 가혹했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가혹하달까, 엄하달까
너무 내 기준으로만 아이들을 본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03
6월에 자퇴했던 연보가 학교에 찾아왔다.
(더 이상 가명은 쓰지 않기로-_-)

연보는 입원 상태여서,
병원복 바지를 입고, 만화책이 담긴 비닐 봉지를 들고 있었다.

얼마전 오토바이를 타다 골반을 다쳤단다.
경찰이 쫓아와 속력을 내다 오토바이가 미끄러졌다는데
적어도 10월까지는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면도도 하지 않은 얼굴로
내 눈도 마주치지 않고 왜 병문안 안오냐며 멋적게 웃었다.

연보가 검정고시를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예전에 출력해두었던 기출문제를 손에 쥐어주었고

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문제를 넘겨보던 연보에게
농을 걸었다. 간호사들은 얼마나 있냐, 예쁘냐,
병문안 갈게, 너 말고 간호사들 좀 보게.





04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정말 좋겠지만
지금 학교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아니 실제로는 하고 있는 학교생활이 거의 없는 아이들. 학교에 나오질 않으니..)
연보의 뒤를 이어 자퇴원서를 낼 것 같은 우리반 아이들이 적어도 서넛은 된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본인들은 끝없는 방황중.
연락도 되지 않고(핸드폰이 없거나 아예 내 전화를 받지 않음)
부모님은 거의 포기 상태(저도 모르겠어요, 제 얘긴 듣지도 않고 아예 집에 들어오질 않아요 등)

간혹 등교해주는 S양과 나름 진지한 대화도 나누어보았으나
다음날 또 무단결석해주심.
(2주전에는 나와 교문앞에서 추격전도 벌였다고.. 결국 놓치고 말았지만-_-)

이러다 2학기 사정안 학급정원 25명 달성되는 거 아니냐는 농담이
농담으로 그치지 않게 되지 않을까 걱정

이게 다 제 탓입니다
전 담임 맡을 자격이 없어요
비담임으로 반성하면서 내년 1년을 보내겠습니다





05
그런데 정말 농담이 아니고
(벌써 내년을 생각하는 건 조금 이른감이 있지만)

내년에 담임을 맡지 않는 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본다.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이고 나의 희망일 뿐이지만
(2년차 / 남교사 / 영어 / 18학급의 소학교-_- 에서..)

아이들을 위해서나
솔직히 나를 위해서도
내년엔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
(이를테면 수업연구도 좀 진지하게 해보고 학교업무도 배우고 싶다.
내년에도 담타는 애들 잡으러 다니고 싶지는 않다규-..-)

다시 한번 말해두지만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이고 나의 희망..





06
그건 그렇고


2주 연속 휴무토요일이 아니어서
부천집에 노트북을 가져가지 않았다.

덕분에 할 일이 없어
교회 청년부예배에 나갔고(지금 할 일이 없어 예배에 나갔다는 말이냐!)
집에서 책을 읽었다.

(일동 자취방에는 인터넷을 신청하지 않은 상태. 물론 TV도 없고..
부천집에는 데스크탑은 있으나 거실에 있어 내 맘대로 사용하기엔 불편해서
주말에 집에 돌아갈 때는 노트북을 가져갔었다-_-)


S양이 빌려주었던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읽었고
(별둘반에서 별셋. 같은 작가의 '구해줘'가 좋다고 하는데
이 작품을 읽으니 별로 기대가 안된다.. S양 미안..
물론 재미는 있었지만 일부러 소장하고 싶지는 않은 책;
나로서는 같은 프랑스 작가라면 아멜리 노통의 소설이 더 맘에 든다)

정말 오랫만에 하루키를 꺼내들었다.
지지난 주말에는 우선 단편집인 '화요일의 여자들'을 읽었고
지난 주말에는 수필집인 '슬픈 외국어then sad foreign language'를 읽었다.

자리에 누워 쳇 베이커나 r.e.m을 들으며 하루키를 읽고 있자니
꽤 하루키스러운 기분이 되었음.
(뭐 그건 아무래도 좋지 않은가 하는)





07
요새의 고민거리 :

zara 가죽자켓을 지를 것인가 말 것인가
일본에서 삼천구백엔인 셔츠가
한국에서 사만구천원이라면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겨울방학에 여행을 가야하나 - 갈수있나
간다면 어디로?

그리고

말할 수 없는 몇 가지와
말하기 부끄러운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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